어린이날과 노동절 연휴를 맞아 다녀온 방콕 사진 몇 장. 항상 그렇듯이 몇 주나 지나서야 올리게 된다.

굳이 방콕을 택한 이유는 두가지. 음식과 친구.

친구: 대학원 시절 이년이나 방을 같이 쓴 친구가 태국인이다. 룸메이트를 잘 못 만나면 '미저리'스럽게 괴로울 수도 있다는데, 나는 참으로 운이 좋게도 너무나 훌륭한 태국 처자를 룸메이트로 맞아 이년 동안이나 살갑게 잘 지냈다. 그 덕분에 졸업한 지가 까마득한 지금까지도 나의 비한국인 best friend로의 관계를 유지 중이고. 삼사년 정도 전에 이 친구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고 이번에는 답방 형식이라고 할까?

음식: 뭐 태국 음식이 맛있다는 사실은 굳이 다시 한번 강조할 필요는 없으리라. 요사이는 한국에도 꽤 멀쩡한 태국 음식점이 많이 생겼지만 그래도 아직은 authentic한 태국 음식점 찾기는 쉽지 않다. Authentic Thai Food가 이번 여행의 sub-theme이었다.

위 두가지 이유로 간 여행이기에 4박5일 내내 방콕에만 있었고, 남들이 태국 여행에서 경험하는 코끼리 쇼, 뱀 쇼, 해변 등을 접할 기회는 없었지만 뭐 여행 본연의 목적 두가지에 충실했기 때문에 특별히 아쉬운 마음은 전혀 없었다. 더구나 원주민 친구 덕분에 남들 못 하는 방콕 이모저모도 구경 했고...

날씨가 심하게 더워 지치기는 했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눈에 띄는 이 동네의 빈부 격차에 대한 광경들은 가끔 맘을 지치게도 했지만, 오랫만에 본 친구와 맛난 음식 덕분에 꽤나 실한 여행이었다. (빈부 격차는 뭐 작년 말 캄보디아에서 단련이 된 터라...쩝~)

'왓 프라께아'로 불리는 왕궁. 방콕 내 관광객 방문지 1호.


Bling Bling...


'왓 포'에 있는 Reclining Buddha. 내가 TV보는 자세와 매우 흡사하다.


'왓 아룬'의 불탑. 올라갔다와서 허벅지 근육통으로 이틀 고생.


뭐 굳이 방콕일 필요는 없는 사진이지만 시각적으로 정말 귀여운 사진 한장.


매우 흥미로운 삶을 산 태국의 미국인 Jim Thompson의 집 한 컷.

현재 방콕에서 제일 잘 나가는 동네인 Siam Paragon 광장.


이 동네 명동 쯤에 해당하는 Siam Square.


이번 여행의 highlight. 가장 Authentic했던 local dinner, 그 시작.


그 두번째. 한국의 어떤 갈비찜보다 맛있었던 소고기 red curry.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태국 음식인 얌문센과 흡사한 맛의 돼지고기 샐러드.


다시 기억해도 너무 맛있었던 음식들...

고유의 디저트. 망고를 찍어먹는 소스가 새우젖 맛이 난다.


마지막으로 Banyan Tree hotel 유명 bar Vertigo에서 내려다 본 방콕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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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후기

Do 2008/01/16 08:37
3주가 넘어 정리하는 앙코르와트 후기.

크리스마스 주말에 부모님을 모시고 앙코르와트에 다녀왔더랜다. 원래의 계획은 오빠네 부부까지 해서 6명이 다녀오는 것이었는데 정의를 구현하느라 항상 젤루 바쁜 오빠가 이번에도 역시 마지막에 본의 아니게 '파토'를 내는 바람에 대타로 급투입된 부모님 친구분 내외와 함께 다녀왔다. 가족들끼리 같이 다녀왔으면 좋았을 것을...

아무튼, 앙코르와트는 가기 전부터 기대가 무척이나 컸었다. 몇 년전 이집트를 갔을 때의 느낌과 유사하게, 뭐랄까 그 곳에 가면 인디아나 존스와 라라 크로포드가 막 살아서 들이댈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니면, 도대체 그 옛날에 저런 것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틀림없이 외계인이 만들었을 거야 등등등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면서 몸도 마음도 정화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왜 외계인 생각이 들면서 몸도 마음도 정화되는 느낌인지는 묻지 마시라. 내가 그냥 그렇게 생겨먹은거니까)? 이집트에 갔을 때, 같이 갔던 남자에게 너 도대체 몇 살이냐라는 이야기를 들을만큼 흥분했던 터인지라 이번에도 가기 전부터 완전 삘받았던게지.

결과는? 기대만큼. 솔직히 캄보디아가 아직 좀 많이 가난하고 이집트만큼 관광산업도 충분히 갈고 닦여 있지를 않아서 같이 간 남자 말 대로 'fancy'한 맛은 없었지만, 어차피 처음부터 앙코르와트를 fancy하자고 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에 말한 느낌은 충분히 받고 왔다. (그나저나 같이 간 남자는 fancy하지 않다고 투덜거리다가 결국 몸살이 걸렸다. 아무래도 곱게 자란 선진국형 사람인 이 남자는 다음부터 선진국이 아닌 곳에 갈 때는 친정에 맡겨두고 가기로 했다)


(사진을 모두 깔끔이 정리하고 설명을 붙여 올리자니 요사이 회사 업무의 압박때문에 posting이 더 늦어질 것 같아 일단 완성도는 떨어지나 무작정 upload 진행. 간혹 가로로 누운 사진들에 대해서는 양해를 바랄 밖에~)

이거 저거 많이 봤지만 역시 highlight는 앙코르와트, 앙코르 톰, 프놈바켄. 세 곳의 불상들과 벽화들을 설명하기에 '멋지다', '거대하다', '웅장하다' 등의 단어는 너무 미흡하다. 그렇다고 또 딱히 다르게 표현하기에는 나의 vocabulary가 영 미흡하다. 난감한 일이지... 하여, 그 세곳이 어떤가는 내가 굳이 단어로 표현하기 보다는 사진에 의존하여 보는 사람들 자신이 판단하도록 하겠다. 또한, 솔직히 맘만 먹으면 큰 돈 안들이고도 얼마든지 가 볼 수 있으므로 되도록이면 꼭 한번 가보라고 강추하겠다. 정말 돈 아깝지 않다.

눈 앞에 펼쳐지는 볼거리들 만큼 인상적이었던 것은 앙코르와트에 얽힌 몇가지 사실들. 앙코르와트가 실제 번성했던 시절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캄보디아나 근처 국가에는 거의 없고, 13세기 이 곳을 방문했던 중국의 사신 주달관이 '진랍풍토기'에 기록한 내용이 최초라고 한다. '그 시대에 과연 무슨 일로 무엇을 타고 여기까지 중국의 사신이 왔던 것일까? 그 당시 여기를 오는 것은 지금 우주를 가는 것 만큼이나 가슴 설레고 두려운 일이 아니었을까?' 라는 의문을 가져봤지만 나중에 알아보니 이미 그 당시 중국과 캄보디아는 상당한 교역관계를 가지고 있었단다. 역사 지식/의식 전무한 나는 역시 인간의 능력에 대한 감이 영 떨어진다.

'왕도의 길'을 써 나름 유명한 소설가 앙드레 말로가 실제 반데이 스레이 사원의 불상을 띄어다 팔아먹으려다 걸린 적도 있다고 한다. 그 불상은 실패했나 모르겠지만, 그는 골동품 상으로 꽤나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하는데, 한 시대의 교양인도 돈 앞에는 어쩔 수 없나보다.

마지막으로, 잡학과 사소한 일의 기억에서라면 천재 수준인 모친의 한마디. 젊은 날의 잭클린 케네디가 신혼 여행으로 코끼리 타고 앙코르와트를 방문했었던 뉴스를 보신 기억이 나신단다. 그 사실을 기억하는 모친이 제일 인상적이었고, 옛날에는 잭키 여사나 올 수 있었던 곳을 나 같은 민간인도 올 수 있으니 일단은 오래 살고 봐야겠다는 진리가 다시 한번 떠오른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가난한 나라에 관광을 가면 관광객들 상대로 장사나 구걸을 하는 어린아이들 때문에 곧잘 가슴이 아프곤 하다. 평소 남을 위한 일이라고는 하나도 안 하는 주제에 가슴 아파 하는 것 자체가 좀 알량스런 일 같아서 딱히 무엇인가를 해주고 오지도 못 한다. 하지만, 서너살 밖에 안되보이는 어린아이들이 다가와서는 한국말로 '사모님 이뻐요, 사장님 멋져요' 등을 외치는 모습에는 가슴이 짠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옆에서 모친께서 한마디 하셨다. '옛날 우리 모습이랑 똑같네. 625때 우리도 다 했어. 미군들한테 기브 미 초코렛 해가면서'

50년이란 세월이 얼마나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인지 경이롭다. 마침 이번 여행에 할레드 호세이니의 '천개의 찬란한 태양'을 가져가 읽고 있었는데 눈앞에 보이는 캄보디아와 글로 읽는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 겹쳐 갑자기 대한민국에 사는 것에 백배 감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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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걷기

Do 2007/10/10 08:45
1년만의 본격 휴가 - 6박7일의 일본 여행. 굳이 주제를 붙인다면 '길의 여행' 이었다. 도쿄, 오사카, 교토로 이어지는 일정 동안 이 나이에 몸이 버틸 수 있는 한계까지 걸어줬다. 특별한 목적이나 계획도 없이 넓은 길, 좁은 길, 앞 길, 뒷 길 등을 모두 걸어서 섭렵하며 사람들 사는 모습을 보고 다녔다. 나름 좋아하는 유형의 여행이나 같이 간 남자는 '다시는 걷는 여행은 그만'이랄 정도로 탈진했다. 앞으로 걷는 여행은 혼자 해야할듯...

길을 걷는 다는 것은 언제나 근사한 일이다. 특히나 안 걸어본 길을 새로 걸을 때는 항상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설레임이 있다. 이 골목을 돌면 무엇이 있을까? 저 뒷 길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이 길을 지나갔던 사람들은 지금은 어디를 걷고 있을까?

인생도 끊임 없이 새로운 길을 걷는 여행같으면 좋겠다. 40이 되도, 50이 되도 그 보다 더 나이가 들어도, 저 앞에 기다리는 길에서는 어떤 사람들을 만날 지, 어떤 일을 경험할 지,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릴 수 있는 그런 에너지와 용기와 감성을 지닐 수 있기를 새삼 바라게 된다.





교토에서는 더 많은 멋진 건물들과 거리 들을 봤지만, 고만 여행의 초입에 카메라 밧데리가 고장나 버렸습니다. 텐류지의 대나무 숲의 모습을 남기지 않는 다는 사실이 용서가 안되서 미개인 같이 혼자 일회용 카메라를 사서 찍고 다녔는데 아직도 인화를 못 했지 뭡니까. 꼭 udpate 하도록 하겠습니다. 대나무 숲은 정말 멋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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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2탄 - 두번째 꼭지점인 동경 미드타운!

앞서 설명한 바 대로 여기에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Design Site 21-21과 아카사카에서 이리로 옮겨 재개관한 산토리 미술관이 있다.

일상적인 사물이나 주제를 디자인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Design Site 21-21에서는 Chocolate이라는 재미난 전시가 열리고 있었고, 산토리미술관에서는 일본의 축제라는 주제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전혀 상반되지만 나름 모두 흥미있는 전시였다.

일단 사진부터 올리고 전시에 대한 감상은 나중에 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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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예고한대로, 동경 Art Traiangle 답사기...

그런데 본격적으로 답사기를 올리기 전에 잠시 다른 얘기 한마디. 이번에 블로깅을 다시 시작하면서 결심한 한가지가 '길이로보나 내용의 깊이로 보나 뭔가 읽을 만한 내용이 충분치 않은 포스팅은 안하겠다'라는 것이었는데... (물론 벌써 이 결심을 깨는 포스팅이 몇 개 있었으나) 이 결심을 너무 지키려다 보니 블로깅이 점 점 부담이 되어가는 부작용을 발견! 그래서, 앞으로는 블로깅의 습관화를 위해 짤막하거나 얄팍하거나 한 내용도 좀 간간이 섞어볼까 한다. 몇 안되지만 저의 고정 독자분들 양해 부탁 ^^...

그런 차원에서 이번 동경 Art Triangle 답사기는 trianle인 만큼 세번으로 나누어 연재할까 한다. 한번에 다 올리려 하니 내일 아침 출근시간이 벌써 부담으로 다가오잖아? (아, 불쌍한 월급쟁이의 신세여!)

시리즈로 연재를 하건 한번에 다 써버리던 간에 일단 Art Triangle에 대한 간단한 소개는 한마디 하고 시작해야지. '동경 Art Triangle'은 록뽄기 힐즈의 모리 미술관, 동경 미드타운에 위치한 Design Site 21-21과 산토리 미술관, 그리고 마지막으로 올 본 새롭게 문을 연 동경국립신미술관의 세 지점(point)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우울하던 동경에 요 몇년 간 엄청난 규모의 재개발 project들이 진행되면서 쇼핑, 레저, 문화, 주거, 사무 공간이 섞여있는 신개념 complex들이 들어섰고 (4년전 세워 진 모리그룹의 록뽄기 힐즈가 그 대표 주자이고 최근 모습을 드러낸 동경 미드타운이 록뽄기 힐즈를 능가한다) 이러한 각 complex에 빠지지 않고 미술관이 포함되다 보니 triangle의 두 꼭지점 완성, 여기에 일본의 유명 건축가인 구로가와 기쇼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동경국립신미술관 까지 록뽄기 지역에 개관하면서 버뮤다 삼각지대가 아닌 예술 삼각지대의 세꼭지점이 완성된 것이다. 얼마나 있어보여, Art Triangle이라니!

그 첫번째 꼭지점. 동경국립신미술관



호주에 다녀온 뒤에 사진을 올리면서 '때로는 말이 필요없다'라는 지인의 말을 차용했었는데, 다시 한번 그 말을 차용해야 할까보다. 동경국립신미술관의 건축은 형언하기 힘든 수준의 창조력과 미적 재능의 산물이었다. 유리를 쌓아올려 만든 멋진 굴곡이 돋보이는 외관도 외관이지만, 그 유리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가, 여기 저기 적절하게 배치된 station 들과 어우러져 절묘한 경관을 만들어내는 내부는 그야말로 입에서 '와아...~~'라는 말만 나오게 한다. 워낙에 SF 광인 내 취향에 딱 맞게 미래지향적, SF적이면서도 뭐랄까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부드러움이 있다. 나의 짧은 어휘로는 더 이상의 표현이 어렵다. 때로는 말이 필요없으니 몇 장 안되는 사진이지만 감상하시고 왠만하면 직접 가서 보시라.

그 멋진 미술관에서, 그 인기 있는 모네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다가. 마침 고미고미의 모친이 미술관에 갔던 날이 일본의 연휴인지라 관람객들이 토요일 밤 이마트 계산대보다도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덕분에 전시는 보지도 못하고 건물만 보고 와버렸지만 솔직히 건물은 모네보다 더 근사했다. 사실 모네는 몇 년전 영국과 파리에서 완전정복 한지라 - 그리고 곧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모네의 수련 전시가 예정되어 있는 지라 - 다행이도 좀처럼 아쉬운 마음이 들지를 않았다.

아무튼, 삼각형 중 첫번째 꼭지점에 대해서는 여기까지. 나머지 두 꼭지점과 약간의 변방 들에서 얻은 가슴 두근거림은 다음 주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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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posting 이후로 Vienna, Berlin, Frankfurt로 이어지는 출장과 Tokyo로의 휴가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한달이다. 출장과 휴가 덕에 밀린 일을 하느라 남은 에너지 한방울까지 짜내고는 있지만 그래도 온갖 종류의 눈요기와 새로운 경험으로 가득한 축복받은 한달이었다. 그나저나, hojai님은 고맙게도 아직도 협박과 회유를 통해 고미를 채찍질 해주는군 ^^...

한달만의 지각 posting을 무엇으로 시작할까 고민하다가 역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의 하나인 Volkswagen의 Autostadt를 채택!

Autostadt가 뭐냐고?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해 본다면...

* 시설의 성격: 자동차 테마 파크 (혹은 자동차 박물관 or 갤러리)
* 소재지: Berlin에서 ICE로 한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도시인 Wolfsburg
* 규모: 아주 큼
* 만든이: Volkswagen
* 내용물: Volkswagen이 소유하고 있는 각 종 자동차 브랜드의 개별 갤러리, 자동차 박물관, 자동차 체험관 등. 그 외에 리츠칼튼 호텔과 각 종 식음료, 휴계 시설 완비

사실 Wolfsburg는 Volkswagen의 공장이 있는 도시다. Autostadt도 Volkswagen의 공장과는 걸어서 오갈 수 있는 바로 지척에 위치한다. 말한 것처럼 Berlin에서 ICE를 타고 Wolfburg역에 내려 5분 정도만 걸으면 눈 앞에 Volkswagen의 공장이 들어오고 공장 옆의 강을 따라서 Autostadt가 펼쳐져 있다.


Autostadt 근방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건축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나름 유명하다는 투명한 자동차 수납 타워. Cylinder형태의 유리로 만들어진 20층의 두 원탑 안에 새 차 들이 가득하다. 영락없는 자동차 자판기 같은 느낌이다. 동전을 넣으면 '두두두두...'하는 소리와 함께 '텅~'하고 자동차가 굴러 나올 법한... (실제로 존재한다면 정말 재밌겠다).

자동차 수납 타워는 사실 백만가지 볼거리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체계적으로 조목조목 보고 온 내용을 기록하면 좋겠으나 너무나 많은 내용을 안타까우리만큼 짧은 시간에 눈과 머리에 우겨넣고 온 관계로 정리가 안된다. 하여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만 나열해본다면...

먼저, Autostadt에 가면 가장 먼저 들어서게 되는 주 건물 (실제 여기서 표를 사야한다). 여기는 CAD가 실제 자동차 모형을 깎아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display를 비롯하여 다양한 자동차 디자인 관련 display가 있으며, 태양열을 이용하여 식물을 키우는 것을 보여주는 Sun fuel Lab, 밀도 높은 fog로 꽈차서 눈앞이 하얗게 되버리는 fog tunnel 등의 다양한 '경험거리'가 있다. Fog tunnel이 아니라면 어디서 또 눈앞이 새하얗게 되는 경험을 하겠는가! 또한, 굳이 이런 것들이 아니라도 손잡이 하나, 바닥재 하나 하나 등의detail에 신경쓴 티가 담뿍 나는 건물과 내부 시설 자체 만으로도 꽤나 눈요기가 된다. 특히나 사람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게 바닥에 아무렇게나 깔아놓은 매트리스는 정말 부럽더군.

그 다음으로는 주 건물의 바로 옆에 위치한 자동차 gallery (된장~ 정식 명칭이 무엇인지 잊어버렸네...) 여기는 평소 차에 일정 수준 이상의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심장마비 안 걸리게 조심해야 하는 곳이다. 19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무릎끓고 빌어서라도 애인삼고 싶을 만한 sexy한 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나 잘났지' 하면 관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재수는 좀 없을지 몰라도 '응, 그래 너 잘났다' 해줄 만큼 실제 잘 난 차들이다. 평소 차에 대해 일정 수준 이하의 관심을 갖고 살던 나마저도 사랑에 빠져 버릴 뻔 했다. 참, 여기서 느낀점 하나. 1960년대에 나온 Porche가 전시되어 있는데 그 디자인은 지금 나오는 Porche의 기본 유형을 그대로 갖고 있더군. 50년 가까운 세월을 견뎌낸 디자인이라니... 우리나라에는 언제나 그런 수준의 디자인이 나올 수 있을까?

그리고 두서없는 기억의 마지막은 Autostadt 여기 저기 흩뿌려져 있듯이 위치한 Volkswagen의 각 브랜드 별 gallery들 (생각나는 것만 꼽아봐도 Volkswagen, Bentley Lamborghini, Audi, Seat, Skoda 등 등). 각 gallery마다 브랜드의 특성을 나타내는 전시와 영상물의 상영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Volkswagen의 360도 돔 형 screen에서 상영하는 짧은 영상물이 인상적이었음. screen이 너무 커서 좀 어지럽기는 했지만. 그 외에 speed를 실제 체험해볼 수 있는 시설도 있었는데 그만 시간이 늦어 체험 실패. 아까워라!







그런데, (여기서 '그런데'라고 한다면 틀림없이 이제부터는 무언가 다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한다는 것을 다들 알 것이다. 예고를 하자면, 이제까지는 관광안내였다면 이제부터는 경영학 101이다 ^^) 사실 Autostadt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투명 주차 타워도, sexy한 BMW도, 360도 돔형 screen도 아니었다. 그건 다름아닌 Volkswagen이 고객들과 더 깊숙히 connect하기 위해 그들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이런 거대한 시설을 만들었다는 사실이었다.

Volkswagen차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본인들이 원하면 차를 Autostadt까지 와서 pick up할 수 있다고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Wolfsburg에 있는 Volkswagen 공장에서 가져가는 것인데, 실제 자기 차가 마무리 되어 지는 모습을 직접 볼 수도 있다고 한다. (영어로 polishing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과연 어느 과정에서부터 어디까지를 볼 수 있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Autostadt내에 있는 Ritz Carlton hotel에 묶으며 Autostadt를 둘러보고 공장에서 자기 차가 주인을 만날 준비를 하는 것을 지켜보고나서 차를 몰고 가는 package도 있다고 한다. 자기 차가 주인과 만나기 위해 멋지게 polishing 되어가는 모습을 살펴보고, 그 차를 만든 회사를 보고 느끼게 해주는 전시들을 살펴 보고나서 완성된 차를 직접 몰고 나가는 경험은 단지 '차를 산다'라는 경험과는 절대로 같을 수가 없다고 본다. 아마도 후자의 경험을 한 차주인은 자기 차에 대해 더 많은 애정을 느끼고 그 차를 만들어준 회사에 대해서도 훨씬 더 많은 애착과 호감을 지닐 것이다.

뭐랄까, 이 곳 Autostadt에서 더욱 치열해져만 가는 기업들 간의 마케팅의 한 보 더 전진한 모습을 본 것 같았다. 태초에(?) 상품을 팔다 진화해서 서비스를 팔더니만, 이제는 경험까지를 packaging해서 판다고나 해야할까. 이 곳의 입장료나 식음료 시설의 이용료 만으로는 들어간 투자를 절대 회수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설이 Volkswagen 브랜드에 주는 부가가치는 분명 그 이상일거다. BMW나 Benz도 비슷한 시설을 계획 중이라는 이야기를 동료로부터 언뜻 들으니 비슷한 깨달음이 그들에게도 있었나보다.

Autostadt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문득 든 생각. 과연, 내가 하는 業에서는 고객들과의 관계를 만들어내고 유지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packaging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의 시작이다.

예고편: 곧 Autostadt만큼이나 가슴을 설레게 해준 동경의 Art Triangle 이야기도 올리겠습니다. hojai님 포기 안했습니다!!!
Posted by gomy
(아무래도 휴가를 다녀 온 뒤라 여행과 관련 한 이야기가 좀 넘쳐나는 듯. 이번에도 하나!)

어디를 가든 내 여행에서 갤러리나 박물관 (그리고 확장하자면 동물원, 식물원, 수족관 등) '전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꽤 높은 편이다. 오감 중 상대적으로 '시각적 자극'에 민감한 편이라 그다지 높은 식견은 없어도 다양한 종류의 '눈으로 감상이 가능한 것'들을 보는 단순한 활동 자체를 즐기고, 또, 무엇이든지 진열되어 있는 것들 뒤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찾아보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다.

이러다보니 여행지에서 뜻 밖의 전시를 맞닥뜨리면 로또 맞은 기분이다. 대학교 시절 배낭여행 중 베로나에서 우연히 들린 좁은 골목에서 발견한 Paul Klee의 전시회도 완전 대박이었고, 몇년 전 뉴욕 여행에서 무심코 습관처럼 걸어들어간 MOMA에서 '업무 공간'과 관련한 각 종 디자인을 전시한 Worksphere라는 전시회를 만났을 때도 눈물 나게 좋았었다. 그런데!!! (!가 세개나 된다는 건 뭔가 좋은 일이 있다는데 대한 전조임을 센스쟁이들은 알아챘을 것이다.) 이게 왠 일인가! 이번 호주 여행에서도 멜번에서 로또 당첨에 가까운 운이 있었다, 그것도 두번이나. Picasso - Love & War (1935~1945)와 Charles Blackman의 Alice in Wonderland. 근미래에 멜번을 여행할 계획이 있는 분들은 이 두 전시는 절대 놓치지 마시라.

Picasso - Love & War (1935~1945)

피카소의 일생에는 그에게 영감과 영향을 주었던 7명의 여인들이 있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멜번의 St.Kilda 거리에 위치한 NGV (National Gallery of Victoria) International에서 마주친 이번 전시는, 그 7명 중 1935년에서 1945년까지 피카소의 동반자였던 도라 마(Dora Maar)와 피카소의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보여주는 특별한 전시회였다. 사실, 워낙 장수하였고, 일생동안 다른 누구보다 높은 에너지 레벨로 다작을 생산해낸 피카소라 언제 어디서라도 피카소의 작품을 다수 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단순한 피카소의 전시였다면 그다지 감동 받지 않았을 것 같다 - 더구나 작년 바르셀로나 여행 중에 들린 피카소 박물관 이후에는 말이지. 그렇지만 이 전시는 1997년에 세상을 뜬 도라 마의 파리 아파트를, Musee de Picasso의 한 큐레이터가 하나 하나 세세하게 기록으로 남기고, 그 과정에서 엿보게된 피카소와 그 녀 사이의 이야기를 그들 둘의 그림과 사진 작품으로 재구성해 낸 전시라, 나름 특별했고 자극적이었다. 전시장을 둘러보고 나오는 내내 1935년으로 돌아가 그들의 삶을 살짝 엿보고 나온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도라 마는 피카소의 연인이자, 영감을 주는 동료 예술가이자, 또한 십년여의 시간 동안 그에 대한 모든 것을 기록하는 사관으로서 피카소의 인생에 참여했다. 둘 간의 관계는 피카소가 그린 다수의 도라 마의 초상이나, 반대로 도라 마가 찍은 다수의 피카소의 사진으로 남아있다. 이번 전시에도 이러한 초상들 다수와, 도라 마와 함께한 기간 동안 피카소가 그려 낸 많은 작품들, 그리고 도라 마가 기록한 피카소의 작업 과정 들이 공들여 엮어져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도 피카소가 게르니카를 완성해 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일련의 도라 마의 사진들은 실제 마드리드에서 게르니카를 직접 봤을 때보다도 더 흥미진진했던 것 같다.

전시를 보고 나니 피카소가 얼마나 운이 좋고 행복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물론, 그가 타고난 재능이라는 것이, 신이 어쩌다 실수로 흘린 한 줌의 재능을 운좋게 받은 선택받은 자 만의 것인지라 새삼 '운'을 운운한다는 것이 웃기지만서도...단지 그의 재능 때문이 아니라 그의 인생을 생생하게 같이하며 보고 기록하고 무엇보다 이를 통해 끝까지 그를 '기억'해준, 그런 완벽한 동반자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 그의 재능의 위에 덧붙여서 부러워져 버렸다.

그러면서 든 한 조각의 엄한 생각. 과연 나를 목격하고 기억해 줄 수 있는 자는 누구일까? 범인 이상의 재능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으니 누군가 나의 매력에 홀려 기억을 대신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겠고... 아마도 힘 닿는 데까지 스스로 열심히 기억해내야겠지. 각설하고, 이번 전시는 꽤나 오래 기억에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림 설명: 피카소가 그린 도라 마의 초상


Charles Blackman Alice in Wonderland

피카소의 전시가 '기억해주는 자'에 대한 잡념을 불러일으켰다면, 찰스 블랙만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전시는 '상상하는 자 (혹은 상상이 가능한 자)'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준 전시였다.

사실 찰스 블랙만은 이번 여행에서 나도 처음 알게 된 호주의 화가이다. 나름 화가 이름 꽤나 안다고 자부해왔는데, 아무래도 몇몇 나라의 유명인들에게만 치우쳐있다보니 호주와 같은 '비주류'권의 화가들은 영 생경하다. 처음 알게되다 보니 전시를 보고 난 지금에도 이번에 본 그의 그림들 외에는 그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 하여, 그에 대한 소개는 생략하고.

이번 전시는 블랙만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듣고 - '읽고'가 아니라 '듣고'이다. 시력을 잃어가고 있던 그의 부인으로 인해 블랙만은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이 아니고 '들었'다고 한다 - 그 이야기를 본인의 상상력으로 풀어낸 다수의 시리즈 작품들을 한 곳에 모아 놓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한 작품이다' 라는 사실을 듣고 기대할 수 있었던 모든 것들이 그의 작품들에 하나도 빠지지 않고 다 들어있었다. 몽롱한 꿈 속과 같은 초현실적인 느낌, 어딘지 동화적인 귀여움, 왠지 보는 나를 비웃는 듯한 신랄함. 그리고, 다 떠나서 생생한 색감과 과감한 형태에서 느껴지는 단순한 아름다움 (혹은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이쁨'이라는 단어가 더 적합할 것도 같고).

피카소의 전시에서는 '기억해주는 자'가 있는 것이 부러웠는데, 블랙만의 전시에서는 '상상하는 자, 상상할 수 있는 자'인 그가 부러워졌다.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상상력으로 재가공하여 저렇게도 명쾌하게 풀어낼 수 있다니.

한번의 전시로 팬이 되어 버렸다. 거금 6만원을 투자하여 전시회 도록과 포스터 (위에 그림)까지 사와버렸고, 이 상상하는 자의 '상상 된' 그림을 어디다 걸어놓을지를 행복하게 고민 중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블랙만의 전시는 피카소의 전시가 있던 NGV International과는 별도의 전시관으로, 멜번의 Federation square에 위치한 NGV Ian Potter centre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가 되고 있는 Ian Potter centre 또한 블랙만의 그림들 만큼이나 풍부한 상상력을 통해 지어진 건물들이다. 날씨가 흐려 사진을 통해 그 풍부한 상상력을 충분히 전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어쨌든 Federation square 주변에 함께 있는, 마찬가지로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몇개의 건물들은 멜번의 비오는 반나절을 행복하게 보내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림 설명: Charles Blackman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시리즈 중 하나인 'Feet beneath the 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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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말이 필요없다!'

전에 한 지인이 너무나 멋진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쓴 말이다. 가진 것은 꼴랑 여행용 캐논 소형 카메라 한대이고, 사진을 찍는 솜씨는 어설프기 짝이없는 나이지만 언제 어디서라도 카메라를 들이대기만 하면 작품이 될 만큼 경치도 날씨도 훌륭했다. 역시, 말은 필요없다.

<시드니(Sydney)>


<멜번 (Melbourne)>


<블루 마운틴 (Blue Mountain), 헌터 밸리 (Hunter Valley)>



<그레이트 오션 로드 (Great Ocean Road)>



<호주의 동물들 및 Taronga 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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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30일 11시 경 고미고미 친구의 대화>
친구: "여행? 누구랑 갔다왔어?"
고미: "혼자"
친구: "정말?" (약 5초간 지속되는 '너 특이한 애구나'하는 뜨아한 반응)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혼자 여행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뭐 굳이 동행이 있는 여행보다 더 좋아할 것 까지는 없지만, 혼자 하는 여행은 혼자 하는 여행 만의 맛이 있고, 그래서 동행이 없다고 여행을 포기하는 일 같은 것은 없다. 그런데, 주변의 다수의 사람들은 '혼자 여행을 하는 것'에 대해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듯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와 같은 반응을 보인단 말이지...

겁내지 말고 한두번 해보면 혼자하는 여행은 그 나름대로의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몇개만 나열해보자면:

1. 나만의 pace 유지 나는 여행을 할 때면 듀라셀 토끼가 된다.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 지 하루 종일 그야말로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닌다. 이제까지 이런 나의 여행 중의 pace를 맞춰줄 수 있었던 자는 임모여사 한명 뿐이었던 것 같다. 금쪽 같은 시간을 내어 하는 여행에서 다른 사람의 느린 pace를 맞추지 않아도 되는 것은 혼자 하는 여행의 진정한 장점 중 하나이다.

2. 자유로운 선택과 집중 1번과 같은 맥락의 얘기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남의 취향 생각하지 않고 내가 보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아주 즐거운 점이다. 난 오리너구리가 헤엄치는 것을 계속 보고 있고 싶은데 백화점에 쇼핑가자고 하면 정말이지 짜증이 난단 말이다.

3. '흡수량' 극대화 옆에 수다 떨 사람이 없다는게 외롭지만, 한편으로는 계속 혼자서 곱씹으면서 다니기 때문에 본 것, 한 것들로 부터 더 많은 것을 취하게 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완벽하게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보면서 마음 짠하고 있는데 옆에서 '밥 먹자' 하면 그 짠한 느낌은 즉시 사라져버린다. 나중에는 '맞아, 그 때 하늘이 맑은 날 밥이 먹고 싶었어'만 기억하게 되어버린다.

4. 심도있는 지형의 파악 이건 나만의 특별한 즐거움이 아닐까 싶은데... 나는 엄청난 길치이기 때문에 동행이 있는 여행에서는 거의 99% 그 동행이 여행하는 곳의 지리를 파악하고 길을 찾는 것을 주도하게 된다. 혼자서 여행할 때만 지도는 고미 차지가 된다. 공부 좀 해본 분들은 모두 동의하겠으나, 자기가 직접 해봐야만 실력이 된다고, 직접 지도를 들고 헤매 봐야 여행지의 지형이 머리속에 훨씬 잘 들어온다. 지금도 혼자 여행한 곳들의 지리는 잘 기억이 나지만 누군가에게 의지해서 심봉사 마냥 쫒아만 다닌 곳들은 동서남북이 전혀 감이 안 잡힌다.

5. 비행기, 버스 등의 탈 것들 안에서의 품위유지 무슨 말이냐고? 나는 탈 것에만 오르면 소로록 잠이 들어버린다. 그런데 호흡을 담당하고 있는 코의 성능이 좋지 못한 관계로 자는 모습은 우아함과는 거리가 아주 멀고, 매우 자주 코가 담당해야 할 호흡을 헤 벌어진 입이 담당하게 된다. 따라서, 옆에 아는 사람이 없어주는 것이 품위유지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이지.


어쨌거나... 고미 휴가 다녀왔습니다 (물론, 혼자서). 빨빨 거리고 돌아다니고, 보고 싶은 것 실컷 보고, 많이 흡수하고, 많이 헤매고, 많이 자서, 그간 서울에서 바싹 마르고 얄팍해졌던 가슴이 통통하고 말랑말랑해져서 돌아왔습니다. 당분간 건전한(?) 생각만 하고, 좋은 사람들만 만나고, 물 많이 마시면서 - 왠지 이게 제일 중요할 것 같음 - 통통함과 말랑말랑함을 좀 오래 가져가 볼까 합니다.

(사진은 이번 휴가지에 대한 hint. 휴가지가 어디였는 지, 저런 view의 사진은 어떻게 찍게 되었는 지를 맞춘 사람에게는 열쇠고리 선물로 줄 용의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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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여행, 휴가
4박 5일동안 중국 (심천과 북경)을 다녀왔다.

나름 꽤나 많은 나라들을 돌아봤다 생각하는데 어쩐지 오히려 가까운 아시아 지역에는 못 가본 나라들이 많고, 제일 가까운 중국을 이제야 가보게 됐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다양한 중국인들을 만나보고 느껴본다는 목적으로 간 여행이라, 관광스러운 일은 새벽 1시에 천안문 앞을 택시타고 지나간 것 이외에는 전혀 없었다. 대신, 5일 내내 열심히 발품 팔면서 아는 사람들을 통해 연결 된 중국 학생, 직장인, 기업인 들을 만나고 다녔다.

그래서 받은 느낌? '큰일이군,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그런 느낌을 받은 많은 이유? 그 중 가장 원초적인 두가지: 규모속도.

가본 분들이야 너무나 잘 아시겠지만 이 나라의 도시들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13억인구임을 알고 있었고, 지도 상으로 엄청난 넓이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익히 몰랐던 바 아니나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직접 보고나서야 이 땅의 규모가 느껴졌다.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모든 게 레고(LEGO) 블럭의 크기라면 북경과 심천의 모든 것들은 듀플로(DUPLO) 블럭의 크기이다. 우리나라 도심의 한 블럭정도 규모의 건물들이 도시 모든 곳에 펼쳐져 있다. 더구나 놀라운 것은 이 많은 수의 '고질라' 규모의 빌딩과 주택들의 공실율이 거의 없다라는 점이다. 아마도, 이 나라가 갖고 있는 인적자원의 생생한 증거겠지.

거대한 도시들의 안에는 다양한 단계의 진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북경에는 5개의 '환'형 도로가 존재한다. 도심 제일 안쪽에서 1환으로 시작하여 5환이 가장 외각에 위치한다. 1환이나 2환의 내부는 현재 서울의 강남이나 도심을 능가하는 현대적 감각의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3환쯤에 이르면 그 풍경이 서울의 90년대 초반 정도를 연상시키고 바깥으로 갈수록 10년 정도씩 후퇴하여 5환을 지나가며 보게되는 풍경은 전혀 개발이 되지 않은 서울의 60년대 정도의 모습이다 - 물론 난 이 때 안태어났기 때문에 사진에서나 보던 모습을 통한 짐작이지만. 어느 나라나 지역 별 편차는 있기 마련이지만, 그 극단이 펼쳐지는 중국의 모습에서 이 나라가 발전해나가고 있는 속도가 실감되었다. 항상 '한강의 기적'을 운운하며 우리나라가 얼마나 빨리 발전했는가를 쇄뇌받아 왔지만, 아마도 중국은 그 5배 정도의 속도로 변해가고 있는 듯 하다. 모든 단계를 뛰어넘으면서 각 단계의 좋은 것들을 한꺼번에 취해가면서.

이런 중국을 보고 있자니, 평소 전혀 애국자는 아닐지라도 '과연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찌 먹고살아야 하나?' 하는 걱정이 절로 든다. 동네 구멍가게에서 시작해서 죽도록 고생해서, 이제야 겨우 그럭저럭 번듯한 현대적 상가를 차려놓고 제 값 받으면서 물건 팔기 시작하고 있는데, 길건너 바로 옆에 구멍가게부터 최신 유행 물건까지를 모두 파는 10배도 넘는 규모의 쇼핑몰이 떡하니 들어선 셈이다. 더구나 남의 동네 애들도 모두 그 몰에 가게하나 내보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 쇼핑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디하나 모자란 구석 없이 자기네 가게가 뭘 할 수 있는지, 배째면 임대료 높게 받을 수 있는 것까지 다 잘 알고 있다. 젠장!


나름 전직이 컨설턴트라 우리 상가는 뭘해야 할까를 고민해보자면... 부족한 창의력과 1분 정도의 생각으로 나올 수 있는 답은 2가지 정도이다.

1. 럭쪄리 (luxury) 상점화 한다.
2. 큰 쇼핑몰과 M&A한다.

아마도 우리가 항상 외치는 바는 1번에 해당하는 것으로, 일본이나 미국이 과거 우리나라와 같은 나라들을 피해 계속 성장해나가는 방안이겠다. 즉, 우리도 머리 싸매고 열공하여 빨리 럭쪄리 모드로 옮겨가자 하는 것이겠다.

동네 상가가 아니라 국가에 대한 이야기인지라 감히 'M&A'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못하겠으나, 2번 언저리에서 무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나라 팔아먹자는 얘기는 아니니 오해들 마시고...) 아무래도 5천년 역사 동안 때로는 친구로 때로는 웬수로 지내오면서 쌓은 정이 완전 남보다는 나은게 없을까? 과연 다른 나라보다 더 잘 중국과 손에 손 잡고 같이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전에 인터넷 어디선가 중국이 무섭게 힘을 키우고 있는 이 상황에서 우리는 줄건 주고 얻을 건 얻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중국과 '동북아 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본적이 있다. 용어만 틀리다 뿐이지, 이게 바로 M&A에 대한 이야기리란 생각이다. 또한, 한문 5천자만 알면 중국인들과 적어도 필담 정도는 통할 수 있다면서 중국과 협력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 한문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들은 적이 있다. 무심코 지나쳤던 이 말들이 막상 규모와 속도에 대한 체감이 된 직후라 그런지 꽤나 절실하게 느껴진다.

주절 주절 떠들었는대, 막상 할 수 있는 건 한문 공부 밖에 없네. 다들 한문 열공합시다...

사진 설명 (왼쪽부터)
1. 평범한 중국인들의 아파트 입구 풍경. 북경에서는 자전거가 왠만한 근거리에 이용되는 주요 교통수단이라 어디를 가도 건물 주변에서 자전거를 볼 수 있다.
2. 심천 시내의 현대적 쇼핑몰 내의 마트 풍경. 내가 본 국내의 어느 마트보다 훌륭한 디스플레이와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었다. 아마도 미국의 wholefood 정도가 필적할까?
3. 북경의 새로 떠오르는 유흥가인 호하이 지역의 스타벅스. 중국에 가면 난 난독증이다. 다만 '성(星)'자 하나 독해 가능. 아무튼, 한문으로 쓰인 스타벅스 이름은 참신하다. 언젠가 인사동에서 영문 스타벅스 못 쓴다고 난리가 난 적이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중국은 모두 현지화 한 이름이더군.

마지막으로, 왠지 내 블로그답지 않게 무거운 주제인거 같아 분위기 반전용 정보를 하나 제공하자면. 중국에는 많은 '짝퉁'시장이 있는데 특히 심천 (Shenzhen)에는 홍콩민들을 상대로 한 큰 시장이 발달해 있다. 심천 샹그리라 호텔 앞쪽으로 심천 기차 터미널 바로 옆에 가면 엄청난 규모의 건물 하나 전체가 다 짝퉁 가게인 곳이 있다. 너무 늦게 가서 잘 둘러보지는 못했으나 십만원을 들고가면 천만원어치를 사갖고 나올 수 있는 곳임에 틀림없다. 현지 안내를 해준 유학생 말에 의하면 1/4로 깎는 것은 기본!
Posted by gomy